VSI 보던 것을 이어 보는데, 호메로스도 자기 스킬 선전을 하는 데 신경썼다는 대목이 있어 기억에 남았다. 학계에서 살아가면서 해야 하는 일 중에는, 자기가 만들어낸 글을 스스로 널리 알리고 그 장점을 선전하는 일도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요새 새삼 느끼고 있어서 그런가 그 대목에 눈이 갔다. 제아무리 shy한 사람이라도 자기 책이 나오면 열심히 홍보도 해야 하고 출판사에서 잡는 스케줄에 따라 '독자와의 만남' 이벤트에도 가고, 낯 모르는 사람들에게 싸인도 해줘야 하고 그런 거구나, 하는 것을 최근 모 선생의 책 출간 이벤트가 페북에 중계되는 과정을 구경하면서 새삼 느꼈다. 꼭 대중서가 아니라 논문만 쓰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결국 자기가 자기 연구의 가치를 널리 알리지 않으면 누구도 그 일을 대신 해 주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연구를 열심히 하는 것 외에 연구 내용의 홍보도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학부 때나 석사 때는 사실 거의 느끼지 못했었다. 유학 준비나 해외 학회 발표 신청을 하면서 이런 저런 일을 구경하다보니, 연구만 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고 남들이 내 연구 결과에 주목하게 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자기 홍보가 학자의 중요한 과업 중 하나라는 것을 알았어도 이 길을 선택했을까. 소세키 소설에 나오는 인물처럼 '나는 남들에게 설명하기 위해 그렇게 믿는 게 아니니까"라는 말로 간단하게 넘어갈 수 없다는 것을 요즘 새삼 생각한다. 그러나 역시 나의 솔직한 심정은 그렇다. 나는 남들에게 설명하기 위해 그렇게 믿는 게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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