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늦어도 내일 모레까지는 초고를 다 써야 항공료 지원을 기대해 볼 수 있을 텐데 진도가 지지부진해서 걱정이 된다. 지난 달에 어찌어찌 죽을 힘을 다해서 목차와 초록, 인트로덕션을 썼었다. 그 후 너무 기진맥진해서 그 파일을 열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아 방치해 둔 지 한참 되었었다. 아마 열흘이 넘은 것 같다. 남은 스케줄을 생각해보면 그야말로 정신 나간 짓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어쩔 수가 없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오늘은 최소한 그 파일을 열기라도 하자'라는 아주 간단한 다짐조차 지켜지지가 않았다.
더이상 미룰 수 없다는 자각이 들어 그랬는지 오늘 또 미루고 미루다가 저녁 먹고 8시 넘은 시간에야 비로소 그 파일을 열었다. 그렇게 여러번 고치고 또 고친 초록과 introduction인데도 다시 보니 미숙한 부분이 보이고, 게다가 영어로 쓴 글이다 보니 내가 썼어도 내가 뭘 썼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읽는데만도 많은 시간이 걸렸다. 겨우겨우 써둔 초록과 도입 부분을 고치고 마지막 한 단락을 추가해서 draft를 만들었다. 그러다보니 2시간이 지나갔는데, 이게 writing 2시간은 reading 2시간과 비할 바가 못 되는, 아주 energy-consuming한 시간이었다.
구글 스칼라와 시소러스, 영어사전 등등을 띄워 놓고 이렇게 저렇게 조물딱거려서 문장을 만드는 데 한 문장 한 문장 만들기가 정말로 쉽지 않다. 각주를 달아야 할 자리에 간단한 각주 하나 다는 것만도 상당한 품이 든다. 사실 석사논문 한국말로 쓸 때도 문장력이 부족해서 고생했는데, 한국말은 어느 정도 쓸 수 있게 되었다 싶으니까 이제 영작이 기다리고 있네. 사실 내가 선택해서 한 것이긴 하지만 나는 무슨 배짱으로 나서서 고생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나중에 '영어 논문 이렇게 쓰면 할 만 합니다' 같은 가이드북이라도 내 볼까 하는 생각도 들고. 외국어로 논문 쓰자면 일단 외국어 논문을 무수히 많이 읽고 머리 속에 이디어매틱한 표현이 많이 들어 있어야 할 뿐 아니라, 그걸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게 정말로 쉬운 일이 아니다. 모래 주머니를 달고 달리기 하는 느낌이라고 할까. 처음엔 영어 논문 읽는 것 자체가 고역이었는데, 그게 좀 할만 해 지고 났더니 writing의 세계는 또 완전히 새롭더라고. 이걸 말로 발표하는 건 또 다른 세계겠지..
하여간, 11월에 고심해서 목차는 만들었으니 그나마 힘든 고비는 하나 넘겼고, 이제 기계적으로 나머지 섹션들을 써 내려가면 된다.. 근데 솔직히 4장 약한데,.. 아냐 그건 4장 쓸 때 고민하기로. 그건 그 때 되면 또 좋은 생각이 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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