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건전한 자기애

영어 논문이 어제부터 시동이 걸린 느낌이다. 아무리 못났어도 내가 쓴 영어 문장을 계속 보고 고치지 않으면 절대 나아지지 않겠지. 글을 쓴다는 것이 다 그렇겠지만 특히 쉽게 잘 안 되는 어려운 장르의 글을 써보려고 생각한다면 역시 일정 정도의 건전한 자기애가 필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2. 오늘의 영어 한 마디

"They were intellectuals, men in conscious tension with society and the state, for whom the idea of the tao was a means of challenging the status quo."  Bol (1992, 22-23)

 2.1. society에는 관사를 안 붙이고 state에만 the 가 붙네.

 2.2. 베버적인 관점에서 인텔렉추얼을 본다. 


3. 오늘의 한문 한 문장

 어제에 이어 주서 강고의 첫 문장을 복기해 볼까 한다. 강고는 총 24장이라, 매일 보면 다음달 초까지 해서 끝날 듯? 형벌에 대한 얘기여서, 알아둘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惟三月哉生魄 周公이 初基하사 作新大邑于東國洛하시니 四方民이 大和會어늘 

 侯甸男邦采衛百工이 播民和하야 見士()于周하더니 

 周公이 咸勤하사 乃洪大誥治하시다. 


 3월 재생백(16일)에 주공이 처음 터전을 잡아 새로운 대음을 동국인 낙에 만드시니 사방의 백성들이 크게 화합하여 모이자,

 후, 전, 남, 방, 채, 위, 백공들이 인화를 전파하여 주나라에 와서 뵙고 일하더니 

 주공이 모두 수고한다하여 크게 다스림을 고하셨다.  (성백효역 서경집전)


  →주공(문왕의 아들)이 강숙(무왕의 아들, 자신의 조카)에게 무왕을 가탁해서 가르치는 얘기. 



4. 아침에 이코노미스트를 보니까 메르켈의 후계자로 Annergret Kramp-Karrenbauer라는 인물이 부상하고 있다고 한다. 유튜브에서 찾아보니 그 사람이 " Ich glaube " 운운 하는걸 보니까,  옛날에 했던 독일어가 몸 속으로 들어오는 느낌이다. 내가 베네룩스 국가에 살았다면 4개 국어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을 텐데. 영어 일본어 독일어, 그리고 한국어를 구사할 수 있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이 가능하면 좋을 텐데.  

그와 더불어 정치가들은 참 rosy한 얘기를 많이 한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면 "Ich kann, ich will, und ich werde.." 그래도 그런 게 필요할 때가 있겠지. 


*오늘의 팁

 당연한 거지만, 점심을 적게 먹고 오후에 녹차 한 잔을 마시면 그나마 오후 시간을 괜찮은 컨디션으로 보낼 수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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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생각보다 저자명과 제목을 잘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 

 저자명과 제목이 국문 논문처럼 그렇게 처음부터 쓱 흡수되는 것이 아니니까 몇 번이고 더 반복해서 보고 기억을 해야 기존에 내가 갖고 있던 앎과 연결이 됨.

 내가 내 영어 논문에 제목을 붙일 때 기존 논문들의 제목이 머리 속에 죽 있어야 그걸 토대로 적당한 제목을 고안해 낼 수 있음. 

 어쩌면 결국 남는 것은 저자명과 제목 뿐일지도. 초록까지 가지도 못하고. 


2. 초록을 읽을 때, 내 기준에 따라 잘 된 초록들을 선별해서 반복 숙지한다. 

 노트에 손으로도 적어두고 에버노트에도 적고, 핸드폰 메모장에도 적어두고 아침에 일어났을 때 밤에 잠자기 전에 계속 반복해서 읽는 게 생각보다 중요한 것 같다. 단순히 그 문장을 외우는 것 뿐 아니라, 그 문장을 가까이 할 때 비로소 그런 문장을 쓰는 사람이 되는 데 가까워질 수 있는 거겠지. 


3. 동사의 용법을 잘 파악한다. 

 내가 읽을 때 이해할 수 있는 것과 쓸 때 활용할 수 있는 것 간의 차이는 매우 크다. 영화 <45 years later>에 나오는 것처럼, 명사는 그럭저럭 쉽게 외워지고 오래 기억에 남지만 정작 입력도 보존도 잘 안 되는 것은 동사다. 동사가 어떤 목적어와 결합하고, 관용적으로 어떤 전치사를 쓰는지, 해당 동사는 어떤 다른 동사와 interchangeable 한지를 잘 봐두는 게 중요. 


*영어 논문을 읽을 때, 언젠가는 영어 논문의 저자가 된다는 태세를 갖고 읽을 때 훨씬 더 흡수가 잘되는 것 같다. 

*그리고 학습의 기본은 반복. 고어 비달의 <크리에이션>에서 키루스 스피타마가 하는 대사가 있어. "얘야, 학습의 기본은 반복이란다."


일단 오늘 생각나는 것은 여기까지. 

영어 논문 읽을 때 몇 가지 지침이랄까 하는 것을 스스로 리마인드 해 보면 좋을 것 같아서 적어보았다. 인문 사회계열(사회계열에서는 역시 질적 방법론을 쓰는 경우)의 논문을 읽을 때 이런 것들을 생각해 보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석박사 통틀어 대학원 생활이 9년차. (그러고보니 정말로 안식년이 길었네.)이고 영어논문의 세계에 engage 한 것은 아마 7년 정도 될 것 같은데, 뭔가 공중에 발길질 하듯이 글을 읽어서야 영영 제자리걸음이 되고 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정리할 필요를 느꼈다. 

아무리 늦어도 내일 모레까지는 초고를 다 써야 항공료 지원을 기대해 볼 수 있을 텐데 진도가 지지부진해서 걱정이 된다. 지난 달에 어찌어찌 죽을 힘을 다해서 목차와 초록, 인트로덕션을 썼었다. 그 후 너무 기진맥진해서 그 파일을 열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아 방치해 둔 지 한참 되었었다. 아마 열흘이 넘은 것 같다. 남은 스케줄을 생각해보면 그야말로 정신 나간 짓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어쩔 수가 없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오늘은 최소한 그 파일을 열기라도 하자'라는 아주 간단한 다짐조차 지켜지지가 않았다. 

더이상 미룰 수 없다는 자각이 들어 그랬는지 오늘 또 미루고 미루다가 저녁 먹고 8시 넘은 시간에야 비로소 그 파일을 열었다. 그렇게 여러번 고치고 또 고친 초록과 introduction인데도 다시 보니 미숙한 부분이 보이고, 게다가 영어로 쓴 글이다 보니 내가 썼어도 내가 뭘 썼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읽는데만도 많은 시간이 걸렸다. 겨우겨우 써둔 초록과 도입 부분을 고치고 마지막 한 단락을 추가해서 draft를 만들었다. 그러다보니 2시간이 지나갔는데, 이게 writing 2시간은 reading 2시간과 비할 바가 못 되는, 아주 energy-consuming한 시간이었다. 

구글 스칼라와 시소러스, 영어사전 등등을 띄워 놓고 이렇게 저렇게 조물딱거려서 문장을 만드는 데 한 문장 한 문장 만들기가 정말로 쉽지 않다. 각주를 달아야 할 자리에 간단한 각주 하나 다는 것만도 상당한 품이 든다. 사실 석사논문 한국말로 쓸 때도 문장력이 부족해서 고생했는데, 한국말은 어느 정도 쓸 수 있게 되었다 싶으니까 이제 영작이 기다리고 있네. 사실 내가 선택해서 한 것이긴 하지만 나는 무슨 배짱으로 나서서 고생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나중에 '영어 논문 이렇게 쓰면 할 만 합니다' 같은 가이드북이라도 내 볼까 하는 생각도 들고. 외국어로 논문 쓰자면 일단 외국어 논문을 무수히 많이 읽고 머리 속에 이디어매틱한 표현이 많이 들어 있어야 할 뿐 아니라, 그걸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게 정말로 쉬운 일이 아니다. 모래 주머니를 달고 달리기 하는 느낌이라고 할까. 처음엔 영어 논문 읽는 것 자체가 고역이었는데, 그게 좀 할만 해 지고 났더니 writing의 세계는 또 완전히 새롭더라고. 이걸 말로 발표하는 건 또 다른 세계겠지.. 

하여간, 11월에 고심해서 목차는 만들었으니 그나마 힘든 고비는 하나 넘겼고, 이제 기계적으로 나머지 섹션들을 써 내려가면 된다.. 근데 솔직히 4장 약한데,.. 아냐 그건 4장 쓸 때 고민하기로. 그건 그 때 되면 또 좋은 생각이 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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