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참에 하녀가 또 세 번째 엽서를 들고 왔어. 이번엔 그림엽서는 아니야. '공하신년'이라고 쓰고 한쪽에 '송구하오나 고양이에게도 부디 안부 전해주시기를'이라고 적혀 있었어. 아무리 멍청한 주인이라도 이렇게 확실히 썼으니 이해가 되는지 이제야 알겠다는 듯이 흠, 하며 이 몸의 얼굴을 바라보더군. 그 눈초리가 지금까지와는 달리 약간 존경심을 담은 것 같더라고. 이제까지 세상으로부터 그 존재감을 인정받지 못하던 주인이 갑자기 인정을 받기 시작한 것도 전적으로 이 몸의 덕분이니 이 정도 눈초리는 지당하겠다 싶어." (2장)

이 정도 눈초리는 지당하겠다 싶어. :)

*2019.1.21. 월. 10:53-55. 2'

다니구치 지로, 세키가와 나쓰오


선물 받아서 읽어봄.

1910년대 일본 사정에 관해 면무식 하는데 일정 부분 도움을 준다. 

<도련님>을 슬픈 소설로 볼 생각은 못했는데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머리에 넣고 다시한번 도련님을 읽어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이 점이 중요하지. 그렇게 생각하려고.)


다만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역시 만화와는 합이 안 맞는 사람이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TV가 대중화되지 않았던 시대에 쓱쓱 넘어가는 이미지를 소비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어필했으려니 하는 생각이 드는데 역시 나는 그 쪽이 아닌듯. 아까도 산책 삼아 집앞 알라딘 중고서점에 가서 만화 코너를 지나가는데 좀처럼 눈이 거기 머물지 않더라고. 

그리고 내용 면에서도 좀처럼 동의하기 어려운, 가령 약혼할 뻔했던 사촌누이와의 관계를 그린 부분이라든가 영국 유학 건이라든가 하는 여러 부분들이 내가 이해하고 있는 소세키와는 많이 달랐다. 내가 소세키 얘기를 꺼낼 때마다 소세키에 별 관심 없는 사람들이 예의상 장단을 맞춰주기 위해 이 만화를 들먹이는데, 음.. 거참 난감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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