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로 말고 매일 손으로 두 장씩 써보라는 조언이 있었는데, 새해에는 그걸 해볼까 싶기도 하다. ucla에서 공부하는 친구가 듣고 알려줬는데, 언젠가 한동안 그래서 이 비슷한 걸 해본적도 있었는데 어느 순간 안 하게 됐지. 글쓰기에 도움되는 조언들의 리스트를 정리하고 그 중에 뭐라도 해볼까 싶다. 올해는 이 실어증을 넘어서 논문 쓰는 (안정적 속도로 안정적 퀄리티를 내는) 인간이 되고 싶다. 

오늘 감독하면서 손으로 페이퍼 한 페이지에 창작 비슷한 걸 하다보니까 문득 그 생각이 났다. 효과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손으로 뭔가를 쓰는 도중에 아이디어들이 떠오르는 느낌이었어서. 그리고 엊그제 포콕선생의 손글씨 예찬도 기억이 나고 해서. 

2019.1.27.01:00-01:02. 2'

2014년이었던가, 그때 구글에서 아렌트 생일 기념 로고를 내걸었던 적이 있다. 그 로고를 타고 들어간 독일의 어느 텔레비전 대담프로에서 아렌트가 한 시간 정도 인터뷰한 영상을 보았다. (심지어 그 한 시간짜리 영상을 전사한 것을 책으로도 만들어 팔던데 흥, 돈 쉽게 번다 싶더구만) 거기 보면 아무리 독일 사람들이 유머엔 젬병이라지만 우리 아렌트 여사는 유머러스 하다고 느꼈던 포인트가 있었다. 

남자 진행자 왈, 당신이 우리 프로에 처음 출연한 여자 철학자다, 하자 아렌트 왈, 글쎄 난 내가 여자인 것도 딱히 신경 안쓸 뿐더러 내 스스로가 철학자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리고 한 술 더 뜨는게) 나는 철학에서 시작했지만 그거랑 완전히(once and for all) 작별했다,고 못을 박는다. 그리고 이어지는 남자 진행자의 질문, 당신은 글을 쓸 때 그걸로 뭐가 바뀌길 바라느냐,라고 하자 그 대답이 나에겐 압권이었던 게, 아렌트 왈 내가 방금 여자인 거 무심하다고 말했어서 좀 웃기지만, 꼭 남자들은 뭘 하면 그걸로 뭘 바꾸려들더라. 난 그런 거 상관 안해, 그냥 내가 무슨 생각했는지 궁금해서 쓰는 거야. (그리고 여기서도 꼭 한 마디 더해.) 내가 기억력이 아주 좋았으면 난 글 안 썼을거야. 

그런 장면이 있었는데, 정말로 나에게는 "록스타가 나타났다"의 느낌이었달까, 대중음악 공연장에서 청중들이 괴성을 지르면서 쓰러지는 심리가 약간 이해가 되었달까 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저 말이었다고, 역시 내가 기괴한 생각을 하는 게 아니라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다고, 그런 생각이 들었었다. 

내가 무슨 생각했는지 궁금해서 글쓰는 거야. 아멘. 

2019.1.24.21:05-08.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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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이 쓰는 사람만이 글을 쓸 수 있습니다. 글쓰기 능력이라는 것은 어느날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니고 끝없이 적어가는 과정에서만 형성이 됩니다. 글쓰기는 머리로 쓰는 것이 아니고 손으로 생각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끊임없이 적어야 합니다. 6개월간 시간을 잡고 묘사 서술 상념 등 붙드세요. 완전한 문장의 형태로. 많이 쓰지 않고 잘쓰는 사람은 없습니다."

*2019.1.22. 10:10-13.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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