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소망이 있다면 조지 엘리엇의 미들마치를 읽는 것이다. 작년 6월 말에 사 놓고 이런저런 일로 바빠서 잊고 있었는데, (이 비슷한 현상을 부르는 말로 'tsundoku'라는 게 있다고 한다) 지난번에 박상영 글에 대해서 '어린아이의 tantrum'이라고 분풀이(?)를 하다가 그렇다면 '어른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버지니아 울프가 '어른을 위한 몇 안 되는 영국 소설'(one of the few English novels written for grown-up people)이라고 불렀다는 바로 그 소설, 그리고 어떤 이유에선가 내 일상에 자꾸만 읽어볼 호기심을 자극하는 신탁을 받았던 소설이라 올해는 한 번 일독을 해보고 싶다.
뉴요커에 실린 어떤 기사의 저자는 어른의 일을 다음과 같은 질문들로 풀어서 얘기하고 있더라. '어떻게 깊이 사랑하는지, 어떻게 하면 지혜롭게 결혼할 것인지, 어떻게 다른 사람들과 교제할 것인지, 어떻게 만족하면서 일할 것인지, 어떻게 야심을 관리할 것인지, 어떻게 실망과 더불어 살 것인지' 하는 질문들에 대해서 이 책이 다룬다고 한다. 내가 답을 갖고 있지 않은 좋은 질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좋은 글은 질문이 좋아야 좋은 글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사실 미들마치를 구글에 넣어보면 내가 개인적으로도 안면이 있는 어떤 분의 글이 뜨는데, 사실 그 분 생각에는 동의하는 부분도 있지만 역시 나는 그와 관점이 많이 다르구나 하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 그것도 있고, 이래저래 유럽의 계몽주의 시절에 대해 관심 갖게 된 근자의 사정도 있고, 또 내 친구 중의 하나가 경애하는 스피노자와 관련하여 조지 엘리엇이 바로 <에티카>를 영어로 번역한 사람..이라고 하는 점에도 끌리고, 이런 여러가지 이유로 이 책을 시작해볼까, 하는 생각을 했다.
좀 더 솔직히 들어가본다면,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미신적인 믿음, 유아적인 tantrum, 유아들의 독재(paedocracy) 등에 질린 나머지, 책 속에서라도 어른의 세계, 이성과 계몽의 세계를 구경하고 싶어졌다. 그것이 이 책에 끌리는 가장 큰 이유가 아닐지.
#미신을 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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