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무렵에 프란츠를 봤다. 예전부터 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여유가 나지 않았다가 우여곡절 끝에 생긴 여유 시간을 들여서 봤다. 

두 시간쯤 되는 시간 동안 이렇게 몰입해서 본 영화가 최근에 있었던가 싶었다. 여주인공이 중간에 몇 번인가 드라마틱한 선택을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러한 인격은 어떻게 형성되는 것인가를 생각하며 봤다. 여주인공과 한 집에 같이 사는 독일인 노부부의 인격도 인상깊었다. 그 말을 하필이면 (내 마음으로 직통 하이웨이가 놓여 있는) 세련된 독일어로 해서 그랬는지도 모르지. 여주인공은 죽은 약혼자의 부모와 한집에 사는데, 그 집에서 유일한 바이링구얼이자, 피아노 연주자이자, 사랑받는 'daughter-in-law'로 나온다. 저와 같은 조합은 어떠한 물적 토대 위에서 가능해지는가 하는 생각을 했다. 특히 프란츠의 어머니로 나오는 인상 좋은 할머니가 기억에 남았다. 

https://youtu.be/hWlxnqJ8Chc 

중간에 쇼팽 녹턴을 바이올린곡으로 편곡한 작품이 나오는데, 내가 평소에 학생들 글 첨삭할 때나 번역 일을 할 때 틀어놓는 미샤 마이스키 사운드트랙에서 첼로 곡으로 자주 들었던 멜로디라서 감흥이 복잡했다. 특히 지난주 며칠 간 집 근처 피아노 연습실에서 기억을 더듬어 녹턴 다른 곡을 연습할 일이 있어서 그랬는지 더 묘하게 마음에 남았다.

영화 내내 강단있는 성격으로 나오는 안나가 어느날 성당에 찾아가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걸 보면서 독일 내 구교 지역이면, 거기가 어디일까, 하는 생각을 했다.

영화 후반에 안나가 저 동굴을 혼자 걸어서 카메라 쪽으로 향해 걸어오는 장면이 기억에 남아서 이미지 파일을 찾아보니 두 사람이 함께 카메라로부터 멀어져 가는 장면 밖에 없다. 

연출이나 각본의 관점에서도 감탄한 대목이 많았지만, 역시 나에게 가장 인상적인 것은 프란츠의 부모로 나오는 두 인물과 안나의 상호작용이랄까 하는 거였다. 잘 세워진 시민사회의 전통 위에 개인들 간의 저런 관계가 가능한 것일까, 그런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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