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불인.

체코 사람들은 왜 저렇게 힘들게 사느냐, 그런 생각을 했다. 프라하 갔을 때 본 동화책도 그렇고 밀란 쿤데라 글을 봐도 그렇고. 사람들이 많이 죽어서 그런가. 근데 그건 유럽 다른 도시도 마찬가지 아닌가. 다른 도시는 힘들었던 것'만' 생각하지는 않잖아. 여기는 왜 유독 그렇게 어둡지?


1장

"그 시절엔 책을 압축하는 대신 인간의 머리를 짜내야 했겠지. 하지만 그래봐야 부질 없는 건, 진정한 생각들은 바깥에서 오기 때문이다. (...) 세상의 종교 재판관들이 책을 태우는 것도 헛일이다. 가치 있는 무언가가 담긴 책이라면 분서의 화염 속에서도 조용한 웃음 소리가 들려온다. 진정한 책이라면 어김없이 자신을 넘어서는 다른 무언가를 가리킬 것이다."

"나라면, 내가 글을 쓸 줄 안다면 사람들의 지극한 불행과 지극한 행복에 대한 책을 쓰겠다. 하늘은 인간적이지 않다는 것을 나는 책을 통해, 책에서 배워 안다. 사고하는 인간 역시 인간적이지 않기는 마찬가지라는 것도. 그러고 싶어서가 아니라 사고라는 행위 자체가 상식과 충돌하기 때문이다."


2장

내 안에는 이미 불행을 냉정하게 응시하고 감정을 다스릴 수 있는 힘이 자리했다. 

그 순간 머릿속에는 칼 샌드버그의 시구만 맴돌았다. 사람에게서 남는 건 성냥 한 갑을 만들 만큼의 인과, 사형수 한 명을 목매달 못 정도 되는 철이 전부라는

우리는 올리브 열매와 흡사해서, 짓눌리고 쥐어짜인 뒤에야 최상의 자신을 내놓는다.



5장 

뜻하지 않게 교양을 쌓게 된 나는 행복이라는 불행을 짊어진 사람인데...

그래도 저 하늘을 넘어서는 무언가가, 연민과 사랑이 분명 존재한다. 오랫동안 내가 잊고 있었고, 내 기억 속에서 완전히 삭제된 그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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