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은 그렇다쳐도 비평은 기술적인(descriptive)한 언어로 쓰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왔다. 기술적인 언어가 아닌 비유적 언어(figurative language)를 쓰는 평론가들이 많은 것 같다. 아니 그보다도 기술적인 언어를 통해 소설에 대한 평을 하는 경우를 거의 못 본 것 같다. 비유적 언어의 연쇄를 남발하는 것은 본인들이 명료하게 생각하지 못한다는 점을 은폐하는 것이라고 의심해 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영어로 학술적 에세이를 쓸 때 문장력이 후달리면 늘 '어디서 들어본 비유적 표현'을 써서 후려치고 넘어가고 싶은 유혹을 많이 느껴봤기 때문에. 아무튼 이 문제는 계속 생각해보기로. 

한국소설은 식민지 시기가 끝나고 어느 시점부터 평론가와 작가들이 더이상 바이링구얼이 아니게 된 후로부터 급격하게 쇠락한 게 아닐까, 적어도 언어능력의 구사라는 측면에서는. 그렇게 생각한다. 

좋은 작품과 좋은 비평을 대규모로 축적해 본 경험이 없는 언어 전통에서 뭘 기대할 수 있으랴, 이게 솔직한 심정. 

2019.1.18. 10:05-10.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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