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19세기 연행록 관련 어느 학위논문 감상

nicole0301 2019. 1. 25. 12:03

*초여름에 만난 친구 k가 최근 한문학 논문 가운데 Y의 논문이 훌륭하다고 했다. Y와는 개인적인 친분이 있었어서 연락해서 박사논문을 받았고, 8월에 해 떠 있는 시간 중에 매일 틈틈이 읽어서 그 한 권을 일단 일독했다. 19세기 전반인가 후반 연행록을 대상으로 한 논문이고, 조선 내 당색 별로 중국 가서 접촉한 인사가 다르다고 주장한 논문이었다. (저는 뭐랄까, 이쪽 업계의 외부인 비슷한 사람이라 논리에 관심이 있습니다.) 읽고서 개인적으로 저자 Y에게 가서 물어본 바에 의하면 노론과 남인이 중국 가서 만난 사람은 다르지만 그렇다고 딱히 이들이 주장하는 내용까지 다르지는 않다고 했다.(당연히 이건 논문에 나오는 내용은 아니다. 만난 사람이 달랐어도 만나고 나서 말한 내용이 딱히 다른 것 같지 않아서 내가 개인적으로 물어본 것.) 나로서는 이게 어안벙벙 포인트였다. 조선인들이 역시 그렇지 함과 동시에, 그렇다면 당색 별로 만난 사람이 다르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무의미한 노력을 했다고 폄하하려는 것이 아니라, 역시 조선 엘리트들은 각자 다른 사람을 만나도 결국은 각기 다른 사람에게서 대동소이한 것만을 받아온다, 이런 함의가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좀 했다. 

아편전쟁에 관해 연구한 폴라첵과 일본인 여성 학자의 연구가 그 논문의 내러티브와 관련된 주요 레퍼런스였는데, 거기서도 '그럼 그렇지' 포인트가 있었다. 임칙서가 아편 전쟁의 핵심인물이 아니라는 주장. 

"중향보 한 부가 내 마음에 있지"라는 말이 인상적인 문장이었음. 농암 형제(였나?)의 '조선 연행록은 대동소이하다' 같은 투덜거림도 깨알같더라. 

2019.1.25.12:00-10.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