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오자시 중 3번째 권필 (병한잡술5)
3) 權汝章 (권필, 1569~1612)
石洲天下士, 其才寔王佐.
抱負不肯施, 甘爲窮谷餓.
석주는 천하의 높은 선비라
그 재주는 진실로 왕좌다마다
포부를 베풀려 하지 않고
궁곡에서 기꺼이 가난하게 살아가네.
爲詩透天竅, 絶唱有誰和.
王孟合在後, 顏謝亦虛左.
시를 지어 천규를 뚫었으니
이 절창에 누가 화답할까
왕유와 맹호연도 당연히 뒤에 있겠고
안연지와 사령운도 윗자리를 비워야겠네.
-虛左: 왼쪽 자리를 비우다. 고대에 좌측을 존숭하였으므로 좌측을 비우는 것은 하객에 대한 존경을 나타내었다.
戈鋋列電霜, 珠玉霏咳唾.
至今四十年, 泥塗飽轗軻.
창과 칼에 번개 서리 나열했고
주옥같은 해타가 마구 쏟아지누나 (쏟아지는 것이)
오늘에 이르러 40년인데
궂은 길에 늘 괴롭기만 했네.
-轗軻(감가): 1.困頓,不得志。《古詩十九首‧今日良宴會》:“無為守窮賤,轗軻長苦辛。”2.坎坷,路不平。《北史‧文苑傳序》:“道轗軻而未遇,志鬱抑而不申。”
平生膠漆義, 略我風塵過.
愈郊僅駏蛩, 其敢曰兩大.
아교칠 한 것 같은 평소의 우의는
나의 풍진(宦路, 塵世)에서의 잘못을 넘겨 주었기에 가능했네.
한유와 맹교 겨우 일러 거공이랄까
어찌 감히 둘 다 위대하다 하겠는가.
-거공(駏蛩): 항상 떨어지지 않고 붙어 살면서 서로 도와준다는 거허(鉅虛)와 공공(蛩蛩)이라는 동물을 가리키는데, 한유(韓愈)가 맹교를 언급한 시에 “시종일관 거공처럼 함께 살고 싶은데, 동야는 머리를 돌려 보지도 않는구나.〔願得終如鉅蛩, 東野不廻頭.〕”라는 구절이 있다. 《韓昌黎集 卷5 醉留東野》
원출전은 회남자 道應訓 (12편 道應인 본도 있음). “北方有獸, 其名曰蹶, 鼠前而兔後, 趨則頓, 走則顛, 當為蛩蛩駏驉取甘草以與之, 蹶有患害, 蛩蛩駏驉必負而走. 此以其能, 託其所不能.” (북쪽에 ‘궐’이라고 부르는 한 동물이 있는데, 그 생김새가 앞쪽은 쥐 모양이고 뒤쪽은 토끼 모양이다. 이 동물은 뛰면 넘어지고 달리면 자빠지는데, 항상 공공거허를 위해 감초를 따 준다. 그러다가 궐에게 위험이 닥치면 공공거허가 즉시 궐을 업고 달아난다. 이는 곧 자신이 지닌 유능한 것에 의해 유능하지 못한 것을 보완하는 것이다.) 공공거허는 산해경에 따르면 모양은 말과 같고 매우 잘 달려 한 번 달리면 백 리를 달린다고 한다. 그래서 나무에 잘 오르는 궐에게 맛있는 풀을 제공받고, 대신 궐에게 위험이 닥치면 즉시 등에 업고 도망친다고 한다. 문헌에 따라 공공거허(蛩蛩鉅虛) 또는 공공거허(邛邛岠虛)로도 표기됨.
時逢隻字警, 心膽覺先破
素期在林泉, 不決吾眞懦
때로는 한 글자로 경계해 줌기도 하고
마음이 깨짐을 먼저 깨닫네.
본래는 임천에서 함께하길 기약했는데
결단 못하는 나는 참으로 겁쟁이.
*권필은 정철의 문인이고, 광주 운암사에 배향되었다고 한다. 안동 권씨. 묘는 경기도 고양에 있다. 묘갈은 송시열이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