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오자시 중 1번째 허적 (병한잡술5)
*볼드체: 기존 번역(신호열 역)을 약간 수정한 부분
*밑줄: 주목할 부분
*빨간 글씨: 번역하기 아리송한 대목.
*이본 대비 아직 안 함.
余羈於世, 不能締交於公卿當路者, 惟以薄藝見知於文盟二三兄弟. 惟日夕過從, 或倡酬或談騭, 以相切磋, 以優游卒歲. 其人卽權韠汝章, 李安訥子敏, 趙緯韓持世. 而余再從兄許䙗子賀曁少時昵友李再榮汝仁, 五人者, 文章俱稀世, 而窮於時亦同. 豈文人結習, 例厄於命也歟. 遂作五子詩, 以揚風雅, 以述交情, 而時觀之, 自釋焉. 其按次則年以記之, 終以地云.
나는 세상과 틀어져서 집권한 공경들과 교분을 맺지 못했고 그저 나의 부박한 기예를 통해 문단의 맹주 두세 형제들에게 알아줌을 받았다. 그래서 밤낮으로, 혹은 창수로 혹은 담론으로 서로 절차탁마하면서 한가롭게 자득한 가운데 세월을 보내곤 했다. 그 사람들은 여장 권필(1569~1612), 자민 이안눌(1571~1637), 지세 조위한(1567~1649), 나의 재종형 자하 허적(1563~1640) 그리고 젊을 때부터 친했던 벗인 여인 이재영(1563~1606)이다. 다섯 사람은 문장이 모두 세상에 드물고 세상에서 궁한 것도 마찬가지다. 어찌 문인의 결습(結習)이 으레 운명상 곤궁한 것이겠는가. 마침내 오자시를 지어 풍아(風雅-詩文에 관한 일)를 드날리고 사귀는 정분을 서술하니, 때로 이 시를 보면서 스스로 마음을 풀고자 한다. 차례는 나이순으로 기록했고 지체가 낮은 자(이춘영)로 끝마쳤다.
*결습: 1) 불교어로 번뇌를 가리킴. 2) 오랜 습관이 되어 고치기 어려운 습관
1) 허자하
吾宗固神秀, 老兄尤俊拔.
藝林期立幟, 詞壘已戒轄.
우리 종족 참으로 신령스럽게 뛰어나지만
노형은 더욱 빼어나도다.
예원에 깃발 세우기를 기약했고
문장 세계에 떠날 수레를 준비시켰네.
縱近號秋蟲, 纔免祭魚獺
翦驥閎一鳴, 抱玉質三刖.
비록 가을벌레 부르는 소리 가깝지만
겨우 수달이 제사이 물고기로 제사 지내는 가난은 면했네
왕전은 한 번 크게 세상을 울리기 기약했지만,
[卞和는] 옥 안고도 세 번 발꿈치 베였네.
推敲捐白戰, 羅貫極青殺.
阮鮑當雁行, 揚馬庶燕頡.
퇴고는 백전을 배제하고
나관은 청살을 다 보았네
완적(阮籍) 포조(鮑照)는 당연히 그와 나란한 수준이고
양웅(揚雄) 사마상여(司馬相如)는 막상막하일 걸세
-퇴고는 당나라의 가도(賈島)가 “새는 못가 나무에 깃들고 중은 달 아래 문을 두드리네.[鳥宿池邊樹 僧敲月下門]”란 시를 지었을 때, 고(敲) 자는 본시 퇴(推) 자로 하려다가 마침 한유의 말에 따라 ‘고’자로 결정한 것을 말한다. 백전은 맨손으로 서로 싸운다는 것으로, 눈(雪)을 시제(詩題)로 정하였을 때 이(梨)ㆍ매(梅)ㆍ아(鵝)ㆍ학(鶴)ㆍ연(練)ㆍ서(絮) 등 눈을 표현하는 체물어(體物語)를 사용하지 않는 것을 말하는데, 여기서는 허적(許䙗)이 시를 짓는 데 있어 가도와 같이 체물어를 금용(禁用)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羅貫은 삼라만상을 가리키는 말이고, 청살은 史冊을 뜻하는 것으로 온갖 사책에 나열된 모든 것들을 두루 박람했다는 뜻이다.
天眼辨楚菌, 恒觀比稿秸.
自保千古希, 任遭一時軋.
천안은 신초와 균계를 분별하건만
늘 보는 이는 볏집에 비하네.
천고에 드문 것을 간직했으니
한때의 알력이야 만나건 말건.
-천안은 초균을 분변: 군자와 소인을 분별할 줄 안다는 뜻. 《초사》 이소에 “나쁜 신초(申椒)와 좋은 균계(箘桂)가 뒤섞였다.”[雜申椒與菌桂兮] 하였다.
我生賴壎篪, 群咻恣嘲哳.
遙睇九萬鵬, 逸翮寧長鎩.
내 인생 형제의 격려에 힘입었으니
뭇 비방 마음대로 조잘대라지.
구만리 대붕새를 멀리서 흘겨본들
빠른 날개가 어찌 계속해서 닳기만 하겠는가.
-壎篪(훈지): 형이 훈이라는 악기를 불면 아우는 지라는 악기를 불어 화답한다는 뜻으로, 형제간의 화목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국어사전 등재어. 질나발 훈, 피리 지)
*참고문헌
윤호진 2002, 『수색집』의 두평에 대하여, 한문교육연구19, 한문교육학회.
김은정, 2003, '五子詩' 창작 배경 및 화답시 연구, 진단학보 96, 진단학회.
이은주, 2006, 17세기 인물연작시와 오군영(五君泳)의 창작, 한국한시연구 14, 한국한시학회.
*허적의 수색집(水色集)은 고전적 종합목록에 넣어보면 소장처가 많다.
문집총간 69에 영인(1661년 규장각본이 저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