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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미 (2018) 허균의 도문대작에 대한 고찰 -만명 유행 현상과 관련하여

nicole0301 2020. 9. 1. 16:56

안나미, 허균의 도문대작(屠門大嚼)에 대한 고찰 -만명 유행 현상과 관련하여, 한문학논집 50, 근역한문학회, 2018.

 

*초록 발췌

상업 경제가 발달하고 소비 문화가 성행했던 만명시기에 음식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많은 음식 서적이 간행되었고, 강남 사대부들을 중심으로 문인들의 음식서 저술 활동이 성행했다. 미식에 대한 욕망은 음식사(飮食社)로 나타나기도 하였다. 이러한 유행을 감지한 허균식욕과 성욕은 사람의 본성이라 주장하는 도문대작을 저술하여 인간 본성을 긍정하고 개성을 존중하는 사상을 드러내고자 했다. 특히 조선의 억압과 규제에 대한 반항을 식욕에 대한 관심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는 봉건 도덕의 허위를 반대한 개혁적 창의적 사고를 보여준다.

-개연성 있는 얘기지만, 허균이 그런 유행을 감지한 경로에 대한 논증이 미흡하다. 그래도 다음에 소개할 안득용 논문에 비하면 추가 리서치 전망이 비교적 밝은 논의 같다. 

 

2장 도문대작의 구성과 저술배경

1) 도문대작의 구성과 특징

-구성: 병이류(11), 과실류(30), 비주류(새와 짐승 고기 6), 해수족류(49종 최다), 소채류(24), 서울시식(時食, 계절별 음식과 사철 내내 먹는 음식, 떡과 전)과 밀병.

-특징: 다 기록하지 않고 특별한 것만 선별하여 다룸. 당시 중국인들의 기호에 대해 설명. 도문대작은 요리 품평서가 아니라 음식품평서. 우리나라 최초의 음식품평서. 동시대의 유사 저술로 지봉유설19食物部가 있음. 지봉유설에서는 다루는 음식 숫자가 적고, 중국음식과 비교하는 내용 수록되어 있음.

 

2) 도문대작의 저술배경

-식욕과 성욕이 인간의 본성이라는 것이 전제. 미식가로서의 자격 과시는 부차적. (168), 예교의 속박 거부. 식욕을 통해 억압과 규율에 저항, 인간 본성 긍정 (169)

하증의 식경과 순공의 식단을 보았다는 말이 나오는데, 중국의 현란한 음식서에 경도되기보다 조선의 음식서를 저술하고자 했던 것. (170) 식경이라는 이름의 여러 책 중 도종의의 설부에 실린 수나라 사풍의 식경과, 원말명초 문인 한혁의 역아유의(고대 식경의 모방작) 등을 두루 보고 지은 것 아니겠나 하는 추정. ‘서공의 식단이란 것은 위거원의 소미연식단이다 (171) 유명한 미식가 순공은 위안석의 아들 위척일 것. 순공 위척의 주방은 郇公廚’ ‘郇國廚라 불리며 한어대사전 등재어이기도 함. 두 사람의 책 외에도 당시 볼 수 있었던 여러 종 음식서를 보았을 것. (171~172) 특히 각주 16세설신어보』 「汰侈에 위척의 주방의 음식이 대단했다는 기록이 주목된다.

그보다는 왕세정의 「완위여편」에서 착상을 얻었다는 점이 더 강조되어야 하지 않을까. 정말로 당대 음식서 여러 종을 참조했겠는가에 관해서는 더 찾아봐야 알 수 있을 것.

세속의 부귀영화가 무상함을 경계하고자 했다.

 

3장 도문대작과 만명 문화

1) 만명 음식문화의 유행

고대 여러 食譜가 명대에 재출간, 음식저작 출판물이 유행. 가장 대표적 인물은 장대의 조부 장여림이 쓴 饔史, 장대의 도암몽억. 문인들의 음식 결사로 공안파 문인 강영과가 있음. 음식 관련 서적 저작자 중에는 하량준, 도륭, 원굉도, 긴졔유 등 만명 소품문 작가의 이름이 많음. (174쪽 각주 22번 참조). 강남 문인들의 음식에 대한 관심은 사치하는 권력가들에 대항하여 개성을 숭상하고 인생의 쾌락을 즐기기를 추구하는 것. 이 사조의 대표적 문인이 원굉도. ‘상정에서 眞樂을 주장. 명대에 미식을 긍정하는 사회 분위기 형성.

→이런 분위기가 있었음을 알려준 것은 후행 연구에 자극을 준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나, 허균의 도문대작이 이러한 분위기와 직접적 관련이 있다는 논증으로서는 부족하다.

 

2) 도문대작의 의미

유불도 사회에서 음식에 대한 태도는 금욕적. 허균은 미식과 탐식으로 여기서 벗어나려 한 것. 만명문화와 양명학의 관계는 긴밀하고, 이탁오의 생각과 허균의 생각은 일치. 그 점에서 도문대작은 그와 유사한 면이 있음. 하지만 도문대작은 만명 문인과는 다른 양상의 음식서로, 만명 저작은 전대의 음식서를 산삭 편집한 것인 반면 도문대작은 작자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주관적 관점에서 음식을 품평한 것임. 청대에 들어서야 개인의 직접 경험으로 음식서 내용 구성이 됨. 허균의 도문대작은 음식을 통해 인간 본성을 긍정하고 개성 존중, 개인자유 발현 추구하는 정신을 표현한 것.

→허균의 도문대작이 전대 음식서를 산삭 편집하려 했으나 서적 부족으로 그러지 못한 결과 자기 체험을 적은 것인지, 작가가 의도적으로 자기 주관적 경험을 담으려 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검토 필요. 또 도문대작의 저술 의도 내지 저작의 의미가 인간 본성에 대한 긍정에 있다고 볼 것인지에 대해서는 문헌적 근거가 더 필요. 

 

*명대 음식문화에 대한 주요 레퍼런스 (이 논문에서 인용한 논저)

-명 문인들의 음식서 저술과 미식을 통한 품격 과시

劉志琴 (1999), 明代飮食思想與文化思潮, 史學集刊

 

-음식결사를 주도한 인물로 장여림, 황여형, 강영과 등

徐林 (2006), 明代中晩期 江南士人社會交往硏究, 上海古籍出版社

王卫平 (2004) 明淸時期 江南社會史硏究, 群言出版社.

何宗美 (2006) 明末淸初文人結社硏究續編, 中華書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