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록 발(권13, 17th)
西游錄跋
余得戲家說數十種, 除三國隋唐外, 兩漢齬, 齊魏拙, 五代殘唐率, 北宋略, 水許則姦騙機巧, 皆不足訓, 而著於一人手, 宜羅氏之三世噁也. 有西游記, 云出於宗藩, 卽玄奘取經記而衍之者, 其事蓋略見於釋譜及神僧, 傳在疑信之間.
而今其書特假修煉之旨, 如猴王坐禪, 卽煉己也; 老祖宮偸丹, 卽呑黍珠也; 大天宮, 卽煉念也; 侍師西行, 卽搬運何(>河)車也; 火炎山紅孩, 卽火候也; 黑水通天河, 卽退符候也; 至西而東還, 卽西虎交東龍也; 一日而回西天十萬路, 卽攢簇周天數於一時也. 雖離支漫衍, 其辭不爲莊語, 種種皆假丹訣而立言也, 固不可廢哉. 余時存之, 修眞之暇, 倦則以攻睡魔焉.
내가 소설(희곡?) 수십 종을 얻어 보니, 삼국지연의와 수당지전을 제외한 나머지 작품 중 양한연의는 앞뒤가 잘 들어맞지 않고, 제위는 졸렬하고, 잔당오대사연의는 거칠고, 북송삼수평요전은 소략하고, 수호전은 속임수가 교묘하니, 모두 교훈이 되기에 부족하다. 이 소설들은 한 사람의 손에서 저술되었으니, 나관중의 자손 삼대가 벙어리였다는 것도 당연하다.
서유기는 종실 제후에게서 나왔다고 하는데, 현장의 취경기를 부연한 것이다. 서유기의 사건은 석보와 신승전에 대략 보이는데, 의심스러운 대목도 있고 믿을 만한 대목도 있다.
그런데 서유기는 도가 수련의 의미를 이야기로 꾸민 것일 뿐이다. 원숭이 왕이 좌선하는 대목은 곧 자신을 단련하는 것에 해당하고, 노조궁에서 단약을 훔치는 대목은 곧 서주를 삼키는 것에 해당하며 천궁에서 큰 소동을 벌이는 대목은 곧 마음을 단련하는 것에 해당하고, 삼장법사를 모시고 서쪽으로 가는 것은 곧 하거를 운반하는 것에 해당하며, 화염산의 홍해는 곧 화후에 해당하고, 흑수하와 통천하는 곧 퇴부에 해당하며, 서쪽에 이르렀다가 다시 동쪽으로 돌아오는 것은 곧 서호와 동룡이 만나 융합하는 과정에 해당하고, 하루 만에 서천 십만 리 길을 되돌아오는 것은 곧 수련의 횟수를 채우고 단번에 도를 얻는 것에 해당한다.
이 책은 비록 서사가 지루하고 늘어지며 언어가 엄숙하지 않다는 단점이 있지만, 하나하나가 모두 단의 비결을 가탁하여 말한 것이어서 참으로 폐할 수 없다. 나는 오직 서유기 한 권을 간직해 두고 수진하는 사이에 피곤하면 이 책으로 수마를 몰아내려 한다.
*隋唐志傳: 원말명초에 나관중이 지었다고 하는 역사소설. 현전하지 않지만 청나라 초 저인획(褚人獲, 1635~1682)은 수당지전을 비롯한 여러 작품을 토대로 수당 교체기 영웅들의 활약을 그린 역사소설 수당연의를 지었다고 하였다.
-보충: 수당연의에 서위(1521~1593) (혹은 그의 가탁)가 비평한 버전이 있는 것으로 보아, 16세기에 이미 수당연의가 많이 읽힌 듯하다.
*兩漢演義: 서한연의와 동한연의를 말한다.
*齊魏: 미상
*五代殘唐: 殘黨五代史演義.당말과 오대 시기를 배경으로, 나관중이 지었다고 하는 역사소설.
*北宋: 北宋三遂平妖傳. 나관중이 지었다고 하는 삼수평요전을 말한다. 북송의 왕칙(王則)이 일으킨 농민 반란을 소재로 삼은 신마소설이다. 명나라 풍몽룡이 증보 개편한 『신평요전』이 널리 유행했다.
*나관중 삼대가 벙어리: 나관중은 수호전을 비롯한 수십 편의 소설을 지었는데 간사한 속임수로 사람의 마음을 어지럽혔기에 천벌을 받아 자손 삼대가 벙어리였다는 이야기가 전여성(田汝成, 1503~1557)의 『서호유람지』 등에 실려 전한다.
-보충: 錢塘羅貫中, 本者南宋時人. 編撰小說數十種, 而水滸傳, 敘宋江等事, 姦盜脫騙, 機械甚詳. 然變詐百端, 壞人心術, 其子孫三代皆啞, 天道好還之報如此. (전당의 나관중은 본래 남송 때 사람인데, 소설 수십 종을 편찬했다. 거기서 수호전은 송강 등의 일을 서술한 것으로 간악한 도적들이 남의 것을 빼앗고 속이고 간교한 계책을 내는 일 등을 매우 상세하게 써 놓았다. 그러나 요변스럽게 백 가지 단서를 내어 사람들의 마음을 무너뜨려, 그 자손 삼대가 다 벙어리가 되었으니 천도가 보응을 잘 되돌려 줌이 이와 같다.) 『서호유람지여』 권25에 나온다. 田汝成(1503-1557)은 절강 사람으로 자는 숙화(叔禾)다. 가정 5년(1526) 진사가 되었고, 남경형부주사, 귀주첨사, 광서우참의 등을 지냈다. 《留靑日札》을 쓴 田藝蘅(1524~1591)이 그의 아들. (유청일찰이나 서호유람지 같은 책들의 성격을 모르겠다는 것이 문제.)
*종실 제후에게서 나왔다고 하는데: 허균은 서유기 1592년 간행본의 진원지(陳元之)가 쓴 서문 중 “서유기는 누가 지었는지 알 수 없는데, 황실의 어떤 제후국으로부터 나왔다는 말도 있고 (…) 제후가 직접 지었다는 말도 있다”라는 구절을 읽고 이렇게 말한 듯하다.
-보충: <서유기>의 명간본(明刊本) 중에서 화양동천주인교본(華陽洞天主人校本)으로 불리는 것이 3종이 있는데, 모두 20권 100회본이며, 간행지가 금릉(金陵: 南京)이고 진원지(陳元之)의 서(序)가 있다.
*현장(玄奘): 삼장법사(602~664). 당태종 때의 고승으로 중국 유식불교의 창시자이자 불경 번역가이다. 629년 인도에 가서 17년간 공부하고 돌아와 인도에서 가져온 불경을 번역했다. 인도 여행기인 『大唐西域記』가 전한다.
*취경기: 『唐三藏取經記』. 삼장법사가 원숭이 행자와 함께 인도에 가서 불경을 얻어오는 이야기를 담은 작자 미상의 책. 송나라 혹은 원나라 때 이루어진 서유기의 원형이 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석보: 당나라 고승 도선(道宣, 596~667)아 편찬한 『釋迦氏譜』를 가리키는 듯 하다. 석가의 일생과 그의 사후 불교의 전파 경과를 기록한 책이다.
*神僧傳: 명나라 성조의 명으로 편찬된 고승전. 현장의 傳도 실려 있다.
*원숭이 왕이 좌선하는 대목: 서유기 2회에서 손오공이 조사의 가르침을 받아 홀로 참선하는 장면을 말한다.
*노조궁에서 단약을 훔치는 대목: 서유기 5회에서 손오공이 태상노군(노자)의 궁궐인 도솔천궁에서 금단을 훔쳐 먹는 장면을 말한다.
*천궁에서 큰 소동을 벌이는 대목: 서유기 7회에서 손오공이 仙丹과 蟠桃를 훔쳐 먹고 화로 안에 갇혀 있다가 탈출하여 옥황상제의 궁궐에서 난동을 부리는 대목을 말한다.
*河車: 연단의 원료가 되는 납을 말한다.
*화염산의 홍해: 화염산에서 3백년 간 수련하여 불을 자유자재로 부리는 요괴 紅孩兒를 말한다. 서유기 40회부터 43회까지 등장하여 손오공을 위기에 빠뜨린다.
-보충: 홍해아(red boy)는 서유기 우마왕(牛魔王)과 철선(鐵扇) 공주의 아들로 성영대왕(聖嬰大王)이다.우마왕과 손오공은 의형제를 맺었기 때문에 홍해아는 손오공의 의질이었다. 홍해아는 눈과 코, 입에서 화염을 뿜게 하는 수법인 삼매진화(三昧眞火)를 단련했다. 홍해아는 고송간(枯松澗)이라는 계곡의 화운동(火雲洞)이라는 동굴에서 요괴 노릇을 하고 있었으며, 불로장생을 위해 삼장법사를 잡아먹으려고 납치했다. 이에 손오공은 홍해아의 아버지인 우마왕과 5백 년 전 의형제를 맺은 사이임을 강조하며 삼장법사의 석방을 요구했지만, 홍해아는 이를 무시하고 손오공을 공격했다. 이후 저팔계까지 끼어들어 싸움이 홍해아 측에 오행차(五行車) 불리해지자 삼매진화를 써서 손오공 일행을 물리쳤으며, 손오공은 이를 깨뜨리기 위해 동해용왕의 도움을 받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결국 손오공은 관음보살의 도움을 받기로 했으며, 관음보살은 홍해아의 공격을 보고 도망치는 척 하며 홍해아가 연화대 위에 앉도록 유도한 뒤 연화대를 천강도(天罡刀)로 바꾸어 홍해아의 다리를 찔러 붙잡았다. 이후 관음보살은 홍해아를 제자로 삼았으며, 선재동자(善財童子)로 불렀다. (위키) (서유기 41,42,43장에 나옴)
삼매는 ‘집중’이라는 말의 산스크리트어를 음차한 것이다.
*화후: 내단에서 마음에 생기는 神과 意念을 火라 하고, 연단 과정 중 의념을 장악하는 것을 ‘화후’라 한다. 화후는 연단의 마지막 과정으로 연단 성패의 관건이 된다.
*흑수하와 통천하: 모두 손오공이 인도로 가는 길에 요괴를 만나 곤경에 빠지는 강의 이름. 43회에 나오는 ‘흑수하’에서는 악어 요괴를 만나고, 47회 이하에 나오는 ‘통천하’에서는 붕어 요괴를 만단다.
*퇴부: 화후를 움직이는 방식의 하나로, 退火라고도 한다. 화후의 진행과정은 進火와 退火로 이루어지는데, 子時에 시작되는 진화에서는 양을 위주로, 오시에 시작되는 퇴화에서는 음을 위주로 하여 음양의 변화에 따라 화후를 이룬다.
*서호와 동룡이 만나 융합하는 과정: 양을 대표하는 동해의 용과 음을 대표하는 서산 호랑이가 중앙에서 싸움을 벌여 용이 호랑이의 골수를 삼키고, 호랑이가 용의 정기를 삼키며 하나로 융합해 천지의 진액과 일월의 정수로 변화하며 단을 이루는 과정을 말한다. 내단에서 용은 사람의 마음과 신을 비유하는 말이고, 호랑이는 사람의 몸과 기를 비유하는 말이다. 외단에서는 용과 호랑이가 각각 수은과 납을 뜻한다.
*하루 만에 되돌아오는 것: 삼장법사 일행은 인도까지 10만 8천리의 여정 동안 여든 한 가지 고난을 다 겪은 뒤 팔대금강의 바람을 타고 하루도 못 되어 장안으로 돌아온다.
*수련의 횟수를~ 얻는 것: 연단술에서는 90일을 1주천(周天: 순환주기)로 삼아 360주에 이르러 단을 이루면 도를 얻어 신선이 된다고 한다.
*修眞: 도교에서 도를 공부하며 수행하는 일.
*추후 과제: 진원지의 서문 원문과 해석.
*참고문헌
김정은, 2013, 수당연의 계열 구활자본 고소설 연구, 어문논집 55 : 허균이 본 <수당>이라는 작품은 나관중의 원본 <수당지전이거나 <수당양조지전>일 것이다. (92쪽) (중국동북사범대학 박사과정)
论《西游记》校改者唐鹤征—读陈元之序 (胡令毅 2010) :진원지의 서문에 나오는 당광록이 당순지의 아들라고 주장.
关于《西游记》世德堂本的底本问题 (刘相雨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