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균_성소부부고

방가행을 지어 신경승의 무진정에 제하다 (병한잡술 4)

nicole0301 2020. 9. 17. 13:35

방가행을 지어 신경승의 무진정에 제하다 경승의 이름은 현()이다

放歌行, 寄題申景升無盡亭名晛

 

1

申侯堂堂身八尺 신후는 당당해라 키가 팔척인데

廣眉大顙髥如戟 넓은 눈썹 큰 이마에 수염은 창끝같네

少年豪氣欲凌雲 젊은 시절 호기는 구름을 능가하고

曾看一飮盡千石 진작 보니 한 번 마셔 천 섬 술을 말리던걸

 

5

佩符三邑亦奚益 세 고을 부절 찬 것도 무슨 유익이랴

江上故園今四壁 강가의 옛 동산은 가난한 집으로 남았으니. 

我昔三陟罷官歸 내 옛날 삼척에서 파직되어 돌아갈 제

拏舟東來訪君宅 배를 끌고 관동으로 와 그대 집을 찾았네.

*四壁: 사기사마상여 열전에서 유래한 말로 가난한 집을 비유하는 말. (“文君夜亡奔相如相如乃與馳成都家居徒四壁立”)

 

9

君時相看多懽顏 그대는 나를 보자 얼굴에 기쁨 넘쳐

炊菰斫鯉無所慳 고미(菰米) 밥에 잉어 회 아낌이 없었는데

背指層广向余說 등 뒤를 가리키며 나를 향해 하는 말이

云我新營屋數間 나는 지금 두어칸 집 새로 짓는데

 

13

(>)甍未瓦地榛管 기둥 우뚝 세워놓고 기와 아직 못 올리고

抗檻不許人躋攀 난간 높아 사람이 올라 보기 곤란하네.

手持李敍屬余和 이씨 서()를 손수 들고 내게 화답 부탁하며

欲其彩筆輝江山 그 채필로 강산 빛나게 하려드니

 

17

願需他日工斷手 원하건대 훗날 집 짓는 일 끝나거든

來凭危欄攪奇秀 높은 난간에 기대어 기이 수려 두루 보고

品題湖色與山光 산빛과 호수 색깔 감상한 다음에는

然後題詩侈玆搆 시를 써서 이 집을 빛나게 하여다오

 

21

豈知官轍南北走 어찌 알리 벼슬살이 남북으로 분주하여

四換歲籥猶未售 네 번이 해 바뀌어도 아직 갚지 못할 줄이야 (1611년작이다)

分留物色先屬誰 나눠 놓은 물색을 뉘게 먼저 맡길 건가

石洲詩翁吾石友 석주 권필은 나의 석우

*石友: 情誼가 금석처럼 굳은 친구를 말한다.

 

25

想其雄飮罄壺觴 생각건대 그가 잔뜩 마셔서 천백 잔을 다 비우고

哦詩江樓江撼床 강가 누정에서 시 읊으면 강이 상을 흔들리라.

擺弄明月頡霞佩 명월을 희롱하여 하패(선녀)를 스쳐가니

令我聞之喜欲狂 내가 만약 들었다면 기뻐서 미칠 걸세

*霞佩: =霞珮. 선녀의 식물. 선녀를 가리키기도 함.

 

29

我病閉門如遁藏 내 병들어 문 닫고 숨은 사람처럼 지내니

雖有勝境難相羊 좋은 경치 있다 해도 구경 가기 어려워라

侯來慰我亟呼酒 그대 나를 위로하며 빨리 술을 불러오니

林吹繞榻生微涼 숲바람 탑을 둘러 서늘한 기운 감도누나

*相羊: 초사 이소에서 나온 말로 배회하다, 거닐다의 뜻. “折若木以拂日兮聊逍遙以相羊洪興祖補注相羊猶徘徊也

 

33

胡姬琵琶歌一曲 술 파는 여인은 비파 타며 한 가락 노래하니

侯醉起舞山頹玉 취한 그대 춤을 추자 옥산이 무너지네

莫嗔許子不賦詩 시 아니 지었다고 나를 책망 마오

留待出郭馳遠矚 성을 나가 두루 구경 그 다음을 기다리게

*胡姬: 원래는 술 파는 오랑캐 여자를 가리켰으나 후에는 주점에서 술 파는 여자의 범칭이 되었다.

*山頹玉: 외모가 아름다운 사람이 술에 만취한 모습을 가리키는 말이다. 동진(東晉) 때 산도(山濤)가 말하기를 혜강(嵇康)의 사람됨은 우뚝해서 마치 외로이 서 있는 고송(孤松)과 같고, 그가 술에 취했을 때는 마치 옥산이 무너지는 것과 같다.” 하였다.

 

37

人生行樂苦不足 인생의 행락이 너무도 부족한데

歲月幾何來日促 세월은 어찌하여 남은 날이 촉박한지

便將散髮棹扁舟 살쩍 흩날리며 조각배 노질하여

從爾江皐返初服 강가에 너를 따라 초복으로 돌아가리

*初服: 불교어. 승복에 상대하는 속세의 옷을 가리킨다.

 

41

大拓軒窓足蹋波 헌의 창문을 활짝 열고 발로 물결을 밟으면서

收拾絶景窮婆娑 절경을 모아서 실컷 노니려네

驪珠萬斛倒蛟室 만 곡의 여의주는 용궁[蛟室]을 넘어뜨리니

一斗百篇如懸河 한말 술에 백 편 시 거침없이 나오겠네

 

45

李白小兒眞幺麽 이백은 조무래기 참으로 별 것 없고

崔家司勳莫長哦 최가(최호)의 사훈도 긴 노래 읊을 것 없네. 

君當此時亦浩歌 그대 역시 이때는 호가를 노래하리

天地萬物如吾何 천지 만물이 나에게 무엇이랴.

*崔家司勳: 최호(崔顥)가 사훈원외랑(司勳員外郞)을 지냈음.

*浩歌: 방달한 목소리로 크고 높이 노래함.

 

*방가행: 문선(文選)28에 수록된 남조(南朝) ()나라 포조(鮑照)방가행(放歌行)이란 작품이 있다. (문선역주 5권을 볼 것) 신흠도 방가행이란 제목으로 된 작품 2이 있는데 정엽(563~1625)에게 준 작품에 도가어가 많아 주목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