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鑒賞)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

nicole0301 2018. 12. 31. 23:28

"예를 들어서 남편이나 아들이 어떤 도시로 갔다고 쳐. 떠날 때는 학업을 마치는대로 돌아온다고 약속해. 그리고 자리를 잡으면 편지를 쓰겠다고 해. 처음에는 한 주에 한번씩 편지를 부쳐. 그 뒤로는 한 달에 한 번이 되고, 그러다가 결국은 편지가 딱 끊겨. 다시는 그 사람을 못 보게 되는 거지. 이럴 때, 비록 그 사람이 어디에 사는지 알고 있다 하더라도 그 사람을 잃어버렸다는 표현을 써."

"여기 이 세상은 검다. 나는 그냥 나일 뿐이다. 자기 자신은 물론이고 그 누구를 배신하지 않고서도 자기 삶에 충실할 수 있다. 이런 순간을 조금도 훼손하지 않고 고스란히 미국으로 가져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젊은 남자가 아우마의 목걸이를 포장하듯이 그렇게 손쉽게 포장해 미국으로 가져가서 필요할 때마다 펼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글재주라는 것이 포장된 제품처럼 즉석에서 구입해서 사다가 그때그때 꺼내 쓸 수 있는 것이면 얼마나 좋을까.


"가족이란 무엇일까? 단지 부모와 자식 사이의 유전적인 관계일까? 아니면 사회적인 관계, 즉 자식을 기르고 노동을 분담하기 위한 최적의 경제 단위일까? 아니면 공통의 기억을 가진 집단일까? 아니면 사랑을 나눌 수 있는 범위일까? 아니면 공허함을 달랠 수 있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일까? 이 외에도 수없이 많은 가능성을 열거할 수 있다. 하지만 끝내 만족할 만한 해답에는 이르지 못했다. 내가 처한 환경을 고려한다면 그런 시도는 분명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대신에 나는 나를 중심으로 해서 몇 개의 원을 그렸다. ... 마지막으로 가장 큰 원은 국가나 민족 혹은 특정한 도덕적 명분으로 포괄할 수 있는 집단으로까지 확장된다. 여기서는 사랑이 특정한 개인을 향하지 않는다. 사랑의 실천이라는 것도 나 자신에 대한 약속을 지키는 것으로 나타난다. (pp.535-6)


정치인, 혹은 statesman이라는 고귀한 단어로조차 환원되지 않은 인생이란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반복적 향유를 불러 일으키는 것이 훌륭한 예술의 요건이라 한다면 오바마의 글은 분명 훌륭한 예술이고 아름다운 'words'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 

https://youtu.be/1WScBEUIq8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