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영어 논문을 읽을 때
1. 생각보다 저자명과 제목을 잘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
저자명과 제목이 국문 논문처럼 그렇게 처음부터 쓱 흡수되는 것이 아니니까 몇 번이고 더 반복해서 보고 기억을 해야 기존에 내가 갖고 있던 앎과 연결이 됨.
내가 내 영어 논문에 제목을 붙일 때 기존 논문들의 제목이 머리 속에 죽 있어야 그걸 토대로 적당한 제목을 고안해 낼 수 있음.
어쩌면 결국 남는 것은 저자명과 제목 뿐일지도. 초록까지 가지도 못하고.
2. 초록을 읽을 때, 내 기준에 따라 잘 된 초록들을 선별해서 반복 숙지한다.
노트에 손으로도 적어두고 에버노트에도 적고, 핸드폰 메모장에도 적어두고 아침에 일어났을 때 밤에 잠자기 전에 계속 반복해서 읽는 게 생각보다 중요한 것 같다. 단순히 그 문장을 외우는 것 뿐 아니라, 그 문장을 가까이 할 때 비로소 그런 문장을 쓰는 사람이 되는 데 가까워질 수 있는 거겠지.
3. 동사의 용법을 잘 파악한다.
내가 읽을 때 이해할 수 있는 것과 쓸 때 활용할 수 있는 것 간의 차이는 매우 크다. 영화 <45 years later>에 나오는 것처럼, 명사는 그럭저럭 쉽게 외워지고 오래 기억에 남지만 정작 입력도 보존도 잘 안 되는 것은 동사다. 동사가 어떤 목적어와 결합하고, 관용적으로 어떤 전치사를 쓰는지, 해당 동사는 어떤 다른 동사와 interchangeable 한지를 잘 봐두는 게 중요.
*영어 논문을 읽을 때, 언젠가는 영어 논문의 저자가 된다는 태세를 갖고 읽을 때 훨씬 더 흡수가 잘되는 것 같다.
*그리고 학습의 기본은 반복. 고어 비달의 <크리에이션>에서 키루스 스피타마가 하는 대사가 있어. "얘야, 학습의 기본은 반복이란다."
일단 오늘 생각나는 것은 여기까지.
영어 논문 읽을 때 몇 가지 지침이랄까 하는 것을 스스로 리마인드 해 보면 좋을 것 같아서 적어보았다. 인문 사회계열(사회계열에서는 역시 질적 방법론을 쓰는 경우)의 논문을 읽을 때 이런 것들을 생각해 보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석박사 통틀어 대학원 생활이 9년차. (그러고보니 정말로 안식년이 길었네.)이고 영어논문의 세계에 engage 한 것은 아마 7년 정도 될 것 같은데, 뭔가 공중에 발길질 하듯이 글을 읽어서야 영영 제자리걸음이 되고 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정리할 필요를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