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글쓰기에 관한 아렌트의 말

nicole0301 2019. 1. 24. 21:03

2014년이었던가, 그때 구글에서 아렌트 생일 기념 로고를 내걸었던 적이 있다. 그 로고를 타고 들어간 독일의 어느 텔레비전 대담프로에서 아렌트가 한 시간 정도 인터뷰한 영상을 보았다. (심지어 그 한 시간짜리 영상을 전사한 것을 책으로도 만들어 팔던데 흥, 돈 쉽게 번다 싶더구만) 거기 보면 아무리 독일 사람들이 유머엔 젬병이라지만 우리 아렌트 여사는 유머러스 하다고 느꼈던 포인트가 있었다. 

남자 진행자 왈, 당신이 우리 프로에 처음 출연한 여자 철학자다, 하자 아렌트 왈, 글쎄 난 내가 여자인 것도 딱히 신경 안쓸 뿐더러 내 스스로가 철학자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리고 한 술 더 뜨는게) 나는 철학에서 시작했지만 그거랑 완전히(once and for all) 작별했다,고 못을 박는다. 그리고 이어지는 남자 진행자의 질문, 당신은 글을 쓸 때 그걸로 뭐가 바뀌길 바라느냐,라고 하자 그 대답이 나에겐 압권이었던 게, 아렌트 왈 내가 방금 여자인 거 무심하다고 말했어서 좀 웃기지만, 꼭 남자들은 뭘 하면 그걸로 뭘 바꾸려들더라. 난 그런 거 상관 안해, 그냥 내가 무슨 생각했는지 궁금해서 쓰는 거야. (그리고 여기서도 꼭 한 마디 더해.) 내가 기억력이 아주 좋았으면 난 글 안 썼을거야. 

그런 장면이 있었는데, 정말로 나에게는 "록스타가 나타났다"의 느낌이었달까, 대중음악 공연장에서 청중들이 괴성을 지르면서 쓰러지는 심리가 약간 이해가 되었달까 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저 말이었다고, 역시 내가 기괴한 생각을 하는 게 아니라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다고, 그런 생각이 들었었다. 

내가 무슨 생각했는지 궁금해서 글쓰는 거야. 아멘. 

2019.1.24.21:05-08.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