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균_성소부부고

계랑을 애도하다 (병한 14)

nicole0301 2020. 10. 3. 14:02

계랑을 애도하다

[계생은 부안 기생인데, 시에 능하고 글도 이해하며 또 노래와 거문고도 잘했다. 그러나 천성이 고고하고 개결하여 음탕한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나는 그 재주를 사랑하여 교분이 막역하였으며 비록 담소하고 가까이 지냈지만 난()의 경에는 미치지 않았기 때문에 오래가도 변하지 않았다. 지금 그 죽음을 듣고 한 차례 눈물을 뿌리고서 율시 2수를 지어 슬퍼한다.]

 

哀桂娘

[桂生扶安娼也. 工詩解文, 又善謳彈. 性孤介不喜淫, 余愛其才, 交莫逆. 雖淡笑狎處, 不及於亂, 故久而不衰, 今聞其死. 爲之一涕, 作二律哀之]

 

1)

妙句堪摛錦

淸歌駐雲

偸桃來下界

竊藥去人群

신묘한 글귀는 펼쳐놓은 비단같고

청아한 노래는 구름을 멈추게 하네.

복숭아를 훔쳐서 인간 세계에 귀양 왔고

약을 훔쳐 사람들 사이를 떠났구나.

 

-약을 훔쳐: (羿)가 서왕모에게서 불사약을 얻어다 놓고 미처 먹지 못하고 집에 둔 것을 그의 처 항아가 훔쳐 먹고 신선이 되어 달로 달아나 월정(月精)이 되었다고 한다. 淮南子 覽冥訓

 

燈暗芙蓉帳

香殘翡翠裙

明年小桃發

誰過薛濤墳

부용 장막 너머로 등불은 어두워지고

비취색 치마에 향기만 남았네.

내년에 복사꽃 피어날 때

누가 설도의 무덤을 찾을까.

 

-설도: 당나라 중기의 名妓. 음률과 시사(詩詞)에 능하여 항상 원진ㆍ백거이ㆍ두목 등과 창화하였다. 여기서는 계생을 이에 비유한 것이다.

 

2)

凄絶班姬扇

悲涼卓女琴

飄花空積恨

蓑蕙只傷心

처절한 반첩여의 부채요

슬픈 탁문군의 거문고로구나.

흩날리는 꽃에 부질없이 한은 쌓이고

시들어버린 난초에 그저 마음 상할 뿐.

 

-반첩여의 부채: 반첩여(班婕妤)는 한 성제(漢成帝) 때의 궁녀. 성제의 사랑을 받았는데 조비연(趙飛燕)에게로 총애가 옮겨가자 참소당하여 장신궁(長信宮)으로 물러가 태후를 모시게 되었다. 이때 자신의 신세를 소용 없는 가을 부채에 비겨 읊은 원가행(怨歌行)을 지었다. 漢書 卷97 列女傳

-탁문군의 거문고: 탁문군(卓文君)은 한 나라 촉군 임공(臨邛)의 부자 탁왕손의 딸. 과부로 있을 때 사마상여의 거문고 소리에 반해서 그의 아내가 되었는데 후에 사마상여가 무릉(茂陵)의 여자를 첩으로 삼자 백두음(白頭吟)을 지어 자기의 신세를 슬퍼한 것을 말한다.

 

蓬島雲無迹

滄溟月已沈

他年蘇小宅

殘柳不成陰

봉래섬 구름에는 자취가 없고

창명의 바다에 달은 이미 잠겼구나

다른 해 봄이 와도 소소의 집에는

남은 버들이 그늘 이루지 못하겠네.

 

-소소(蘇小): 남제(南齊) 때 전당(錢塘)의 명기(名妓)의 이름. 소소소(蘇小小)의 준말. 전하여 기생의 범칭으로 쓰인다. 백거이(白居易)의 항주춘망(杭州春望) 시에 밤중의 파도 소리는 오원의 사당으로 들고, 봄날의 버들 빛은 소소의 집에 갈무리했네.濤聲夜入伍員廟 柳色春藏蘇小家라고 하였다.

참고, 오산집 권2, 칠언율시 중 지봉에게 바치다(奉呈芝峯)소소의 문전에는 버들이 늘어졌지(楊柳依微蘇小門)”라는 구절이 있다.